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감정적으로 불안해지는 순간들이 참 많아지고 있다.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서 대화들에 대해서 수많은 생각들을 한다. 그 생각들이 나를 너무 어렵게 한다.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 나는 약 3년 반 정도를 다니고 있다. 처음 2년간은 회사에 몰입했고, 매 순간 즐겁고 행복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이 날 즐겁게 했다. 물론 이 시간동안 내가 회사에 몰두할 동안 야근은 늘 일상이었고, 결혼하고 첫 6개월 동안은 새벽 4시에 들어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 이후로도 야근은 이어졌고 집에 가면 최소 9시는 넘어있었다. 그러던 삶을 사는 동안 아내는 아이를 갖는 것을 원하게 되었고, 우리는 임신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남편인 나의 야근 많은 삶을 함께 지내다보니 홀로 있는 시간에 혼자 많이 외로웠고, 아이를 가지면 내가 좀 더 일찍 들어올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물론 아이를 순수하게 갖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였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시점이 이런 상황으로 인해 앞당겨졌을 뿐이긴 했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바쁘게 지내던 나의 회사 생활은 조금 더 가정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물론 야근은 많았지만 이전처럼 심하게 하지는 않았고 종종 프로젝트 마감 기한이 다가와 바빠지는 시기는 아내가 이해해주었다. 아이의 임신과 변해가는 우리 아내의 몸 상태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가정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주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을 때마다 조금씩, 몇 센티미터 단위로 커가는 우리 아이를 보며 늘 소름이 돋았고 매 순간 경이로웠다. 생명의 탄생 앞에 말할 수 없는 감동과 벅차오르는 감정들은 내가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다시 한 번 하나님께 감사하게 되었고 나의 존재와 우리들의 부모님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10개월 동안 아빠가 되어갔다.
아이가 태어나는 그 순간은 평생을 못 잊을 것 같다. 산모의 고통과 출산의 현장 앞에서 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온 몸이 심령 깊은 곳에서부터 덜덜 떨리는 것을 경험했다. 나는 그 것을 무력함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오로지 홀로 경험해야하며, 홀로 이겨내야하고,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현실을 감당하는 아내를 보며, 이런 말을 하면 함부로 비유했다고 비난을 받을 수 있겠지만, 가정 폭력을 당하는 엄마 앞에서 아무 것도 못하고 폭력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던 어린 아이가 이런 기분이겠다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만큼 아내의 고통은 너무 크게 느껴졌고, 아이의 탄생보다 아내의 괴로움이 나에게도 괴로움이 되었다. '으어' 하며 짧고 강한 신음 소리과 동시에 왈칵하는 양수가 쏟아지는 소리와 그 사이로 묵직한 무언가를 잡은듯함, 그리고 "2024년 02월 02일 오후 12시 06분 ~~ 출생 시간 입니다 ~~ " 기계적인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와 함께 내 두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터져나왔다. 탯줄을 자르라며 나를 부른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탯줄을 자른 뒤 아이를 처음 본 순간, 안도감과 '어떡하지?' 라는 마음이 들었다. 10개월 동안 아빠가 될 심법을 익혀왔지만, 아이를 제대로 안을 줄도 몰랐다. 포대기에 아이를 감싸고 나에게 안으라고 건내준 아이를 안아들었을 때 온 몸에 어색함이 돌았지만 기념 사진을 찍은 뒤 다시 아이를 간호사에게 맡긴 뒤 다시 아내를 보러 들어갔고, 짧고도 강렬한 순간이 끝난 그 순간 우린 부모가 되었다.
아이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약 8개월이 지났다. 우리는 초보 엄마와 아빠로 많이 성장했고 이 세상 무엇보다 가족은 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있었다. 자연스레 회사의 일에는 예전처럼 몰입하지 않았고, 나에게 주어진 업무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고 가정으로 돌아오고 있다. 회사는 여전히 늘 나에게 예전과 같은 시간을 회사에 할애해주길 요구한다. 맡겨진 업무'만' 열심히 해도, 그것'만' 한다고 질타성 피드백도 받게 되었다. 입사와 함께 지금까지 열심히 했던 동료는 여전히 솔로고, 일상이 없이 새벽 늦게까지 일하다 퇴근한다. 뿐만 아니라 입사했던 신입 사원들도 열심히라 늘 새벽까지 일을 하며 퇴근한다. 그들은 잡일이 주어져도 열심히 하고, 늦게까지 열심히 했다고 집에 일찍 가라고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회식으로 보상해주려고 하는 직장 상사의 제안에도 뒤에서는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열심히 참여하며 직장 생활을 이어간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과 비교 대상이 되어갔고, 예전엔 나를 이뻐해주던 상사도 나를 무시하고 업무를 더 이상 많이 할당해주지 않는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회사에서의 감정은 불안해져갔고, 예전부터 잘 지내왔던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다시 붙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져있다. 회사는 사내 정치도 심한 편이고 직장 상사는 그것을 나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회사의 성과 평가를 위한 평가 척도는 5가지지만 정치의 영역을 히든 척도로 육각형 인재는 다 해야한다고 말하며 왜 너는 안하냐 라는 말로 따로 술 자리에 불려가 혼나기도 했다. 가정과 가정 생활은 양립이 불가능한 것인가. 현재 대한민국의 출산률에 대한 현실이 이 곳에 있는가. 업무를 안한 것도 아니고 업무를 맡겨진 것만 했다고 눈치 받고, 아이를 낳고 가정에 돌아가기 위해 정시 퇴근을 하면서 불안함을 느껴야하는 현실에 내 감정은 많이 무너졌고, 집에 돌아와 아내의 귀에 딱지가 앉도록 회사의 불의함에 대해 하소연을 한다. 아무리 하소연을 해도 나의 감정은 가라앉지 않고 요동치기만 한다. 다시 내일이면 불편한 회사에 돌아가야하니 조금은 답답하다.
회사에서의 삶은 무엇일까. 불안함 없이 일에만 집중할 수는 없을까. 내가 속한 회사는 스타트업으로 열심히 달려야하는 조직이긴 하다. 이런 회사를 선택한 나의 잘못인가. 이런 과정들을 겪고 난 뒤 많은 고민 끝에 현재는 퇴사를 결심했고 올 해 이직을 준비해왔다. 올 해가 끝나기 전에 이직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이긴 하지만, 이 회사에서의 삶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안 될 것이라는 마음이 희미하게 올라온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쓴 것은 나의 마음을 정리하고, 감정을 가라앉히며 불안함의 부속물이었던 찌질하고 짜치던 나의 행동들을 잊기 위함이다. 다시 내일을 기쁘고 감사하게 시작하고 싶어서. 나에 대한 회사의 태도는 여전하겠지만 나는 변화하기 위해서. 작은 시도를 해보려 한다.
그래도 정들었던 회사였고, 동료들이 있는데 떠나려고 마음이 있다는 사실은 좀 찝찝하긴 하다. 그렇지만 미련은 없다.
3년 반 동안 정말 많이 배웠고 많이 성장했다. 대장간에서 단련 받는 금과 같이 연단을 받은 기분이라 불평도, 불만도 없다. 나는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함으로 끝을 내려한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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